나는 달린다. _ 요쉬카 피셔 2000
어쩌다 보니 헌 책 꾸러미를 받게 되었는데 버릴 건 버리고 남길건 남기는 과정에서 남게 된 책.
스르륵 펼쳐볼 때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조금씩 달리기를 하게 되면서 문득 펼쳐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달리기에 관한 책으로는 나의 첫 책이다.
내가 달리기를 하고,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인생은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한 길에서 발견한 예상 못한 기쁨 같은 것이 있지 않은가!
<나는 달린다> 저자 요쉬카 피셔는 독일의 전 연방의원으로 외무부 장관이자 부총리를 지냈다. 정치가 주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가 급기야 112킬로 그램이라는 거구가 되었고 이로 인해 세 번째 부인과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의 충격과 엄청난 몸의 무게를 달리기를 통해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2000년 가을에 우리나라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니 벌써 25년이나 된 책이다.
"밖에서 뛰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땀을 흠뻑 흘리니 피부가 탄력 있고 부드러워진다.
기분 나쁠 때도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몸 전체를 산소목욕 시킴으로써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달리는 중 깊은 명상에 빠지거나 한 가지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다.
어떤 때는 무아지경의 상태와 같이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옮긴 신주성 님의 여는 말이다.
책에서 보니 마라톤 완주를 13회 하셨다고 하는데 시간이 흘렀으니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더 하셨을지 궁금해진다.
1.
닥치는 대로 먹었다.
위기의 순간이 끊이질 않았다. 문제 해결에 대한 압박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책임감이 나를 더 억누르게 되었다. 스트레스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이고 어디에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공격하는 이러한 요소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무장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정신과 육체를 위해 항상 팽팽하게 볼록해진 배를 지닌 모습의 철갑옷을 입게 되었다.
두 아이를 낳고 불안과 압박,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서 헤맬 때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어쩌면 계속 먹었을지도...
시간이 없으니 움직이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내 모습이 아닌 것 같은 나를 발견할 때
계속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상태로 몇 년 동안 저자 요쉬카 피셔처럼 내 모습을 숨기고 숨겼을지 모르겠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위험을 감지하고
나를 돌아보고 나를 더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때가 바로 변화의 시작인 듯하다.
달리기는 몸과 마음이 편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달리기 같은 걸 하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돼.. 하는 마음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일에서 생활에서도. 정신적으로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2.
선택 하나, 이전처럼 계속 그렇게 살면서 결국 파멸하는 것, 왜냐하면 이제 인생의 심각한 위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뭔가 방향을 돌리는 행동이 없으면 나의 파괴적인 생활방식은 계속 정도를 더해갈 것이고 결국 나는 거기에 적응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 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 파멸하지 않게 위해서는 지금 바로 완전히 변해야 한다.
달리기란 것은 기술적으로 아주 단순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운동이다. 우리는 달리는 동물이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_ 에밀 자토펙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장거리와 마라톤에서 우승)
자, 이대로 가다간 파멸할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완전히 변해야 한다.
달리기는 수많은 운동 중에 언제 어디서든 특별한 조건 없이 할 수 있고 기술적인 어려움이 거의 없다.
또한 장비도 운동화, 운동복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엄청난 칼로리 소비를 보장해 준다. 그렇게 선택한 달리기는 새로운 인생을 주기도 한다.
3.
몸과 정신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술집을 가거나 단지 잠자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정이 되었더라도 거리로 뛰어나가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약 1시간 정도 10킬로미터를 뛰고 나서 땀에 젖어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새로 태어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과 피곤함이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달리는 중에 때때로 머릿속에 놀라운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평소 뛰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단계까지 가려면 많은 참을성이 필요할 듯하다.
런데이 8주 과정을 마치고 두 달 정도는 무릎이 아파서 치료를 받았다. 겨울동안 실내에서도 또 시도해 보고 아프고 치료받기를 를 몇 번 반복했다. 달렸을 때 좀 괜찮은 몸 상태가 되기까지 한 달 정도는 수련이 필요했다. 천천히 달리기를 늘리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제 달려도 예전처럼 무릎이 아프지 않고 20분 정도 달리면 온몸의 세포가 정말 산소 샤워를 한것 같은 느낌이 온몸에서 폭발한다.
이런 개운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을 못하는데 요쉬카 피셔는 '새로 태어난 듯한 느낌'이라고 했으니 통하는 지점이다.
4.
나 자신에 대한 완전한 개혁. 나는 처음에 이것을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완수하는데 거의 일 년이 걸렸다. 그 일 년은 외롭고 혹독하고 때로는 아주 의미 있게 포기한 세월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많은 것을 다시 얻었다. 내가 일년 전에 아주 대담하게 꿈꾸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달리기였다. 육체의 본모습을 되찾은 것은 확실히 또 다른 나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자의식도 찾게 해 주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달리기가 내 정신에 미치는 명상적인 심리 효과다. 또 어떤 때는 달리면서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이나 아이디어에 집중하게 된다. 이 모든것이 달리기라는 것을 통해 내 자아 속에서 커다란 조화를 이루며 결합한다. 나는 내적인 균형감각을 천천히 회복하고 나의 새로운 생활에 나를 적응시키는데 꼬박 일 년이 필요했다. - p.141
집중 했을 때 꼬박 일 년.
이제 일년이 다 되어 가는 나는 달리기에 온 생활을 집중을 하지는 못한다. 그저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달렸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매번 두려움 속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다가 하루 이틀 쉬는 날은 다시 나가기가 쉽지 않아 일주일씩 못나간 적도 있고... 오랜만에 손님이 와서 술이라도 한잔 마셨다 하면 그 여파가 일주일쯤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주일치 타격이 되는 술마시기나 저녁 먹기 같은 행동을 매일같이 하는 날들도 있었다니...
우리 몸은 착하게도 그 충격을 다 받고도 잘 견뎌주고 있었다.
just do it! 그저 하루 하루 묵묵히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나를 구하러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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